순식간 18명 삼킨 '폭풍 해일' 또 오나…힌남노 내일 새벽 고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경남 만조 시간대인 오는 6일 새벽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6일 새벽 부·울·경 만조…태풍 겹쳐 ‘폭풍 해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5일 오후 4시 기준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오는 6일 새벽 제주와 경남 남해안이 직접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다. 통영에는 6일 오전 6시쯤 도달하겠다. 이어 오전 7시쯤 부산에 이르며, 오전 8시쯤 인접한 울산을 할퀴겠다.

태풍 힌남도가 한반도로 향하는 과정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는 5일 오후 5시 예보 기준으로 6일 오전 1시 시간당 29㎜의 많은 비가 내리겠다. 이후 오전 2시부터 오전 5시까지 많게는 시간당 26㎜ 적게는 5㎜의 비가 계속 내릴 전망이다.

문제는 태풍 영향으로 부·울·경 지역에 폭우가 쏟아질 무렵에 만조시간과 겹친다는 점이다. 통영은 만조 시간이 6일 오전 4시 51분, 마산은 오전 4시 54분, 부산은 오전 4시 31분으로 예정돼 있어 폭풍 해일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기상청은 남해안에 폭풍 해일을 예상한 상황이다. 기상청은 “만조 시간대에는 해수면 높이가 더욱 높아져 해안가 저지대를 중심으로 침수 가능성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도 태풍 상륙 시간이 경남 남해안 만조 시각과 겹쳐 가공할 만한 해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당시 마산만과 가까운 해안가·저지대에 바닷물에 밀려들어 18명이 숨졌다. 당시 마산만 만조 때 바닷물 높이는 약 180㎝로 예측됐으나, 태풍 해일 때문에 최대 439㎝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 ‘매미’ 재현 막는다…5.5m 해일 막는 차수벽 가동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구항 방재언덕에서 기립식 차수벽이 가동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매미로 홍역을 치른 마산해양지방수산청과 창원시는 5일 오전 11시 마산합포구 마산구항 방재언덕에 높이 2m, 길이 200m의 차수벽(기립식 방조벽)을 가동했다. 이 차수벽에다 방재언덕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던 높이 2m의 강화유리벽 1㎞까지 합치면 1.2㎞의 방패막이 생긴다. 차수벽은 2018년 준공 이후 2번째 가동했다. 매미 때 들이닥친 최대 높이 439㎝의 해일보다 더 높은 550㎝의 해일까지 막을 수 있다.

주민 대피 조치도 선제적으로 내려졌다. 경남에서는 5일 낮 오전 12시 기준 고성, 함양, 창녕의 태풍 위험지역 주민 55명이 대피했다. 같은 시각 창원시는 저지대 또는 반지하에 살거나 산사태 위험지역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 156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창원시는 이들에게 이날 오후 6시까지 인근 행정복지센터·경로당·마을회관·학교 등 지정 대피장소 54곳으로 대피하도록 했다.

부산 동구와 남구는 저지대 침수 우려 지역, 경사면·옹벽 등 붕괴 위험지역에 사는 145가구 198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미포, 청사포, 구덕포 상가 99곳과 사하구 33가구 주민 33명에게도 대피를 권고했다.

비행길·다리도 끊겨…선박은 서해로 피항

부산 김해공항에서는 5일 오후 2시 기준 모두 86편의 항공기가 미리 결항 조처됐다. 사전 결항한 항공편은 대부분 오후 시간대 운항이 예정된 국내선 항공편이다. 태풍 경로 등 기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사전 결항 편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다리 등도 통제된다. 부산시설공단은 제11호 태풍 ‘힌남노’ 북상과 관련 광안대교와 남항대교 등 시내 7개 해상교량을 평균 풍속이 초속 20m 이상이면 전면 통제한다고 5일 밝혔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와 창원시 귀산동과 가포동을 연결한 마창대교도 초속 20m 이상일 때 통행이 금지될 예정이다.

이밖에 6일 0시부터는 노량대교(남해∼하동), 신거제대교(거제∼통영), 동진교(창원∼고성), 창선대교(남해∼사천), 창선교(남해) 등 5곳의 통행이 추가로 제한된다.

5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계류 중인 선박들이 태풍 힌남도 상륙에 대비, 로프로 강하게 결박돼 있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울산에서는 주요 산업시설에 있던 선박을 서해로 옮기는 등 대비에 나섰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건조 마무리 단계이거나 시운전 중인 선박 9척을 서해로 피항시켰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건조 후 시운전 가능한 배 10여척을 서해로 긴급 피항시킨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 조선소 내 계류 중인 선박들을 강풍에 대비해 로프를 보강해 단단히 결박했다. 또한 3개 조선사는 6일 오전 휴업한 뒤 오후 1시 출근하기로 결정했다.

울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 석유화학업체는 지난 1일부터 원유선과 제품 운반선 등 입항을 금지했다. 해외에서 선박이 울산으로 오는 중에 태풍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태풍이 오기 전 수출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는 생산차 등 5000여 대를 안전지대로 옮겼다.

지자체 ‘바짝 긴장’…박형준 시장 ‘엑스포 파리행’ 취소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프랑스 출국을 취소하고 시청으로 복귀했다. 박 시장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계획서를 파리에 있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경남도는 이날 도청 직원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태풍에 대비해 비상 근무하는 ‘비상 3단계’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윤희근 경찰청장은 부산·울산·경남을 포함 제주·전남 등 5개 지역에 ‘을호’ 비상 근무를 발령했다. 나머지 지역에는 ‘병호’ 비상근무를 한다. ‘을호’ 비상이 발령되면 직원 연가를 중지하고 가용경력 50%까지 동원할 수 있다. 이보다 1단계 낮은 ‘병호’ 비상 근무 시에는 부득이 한 경우 제외한 연가를 억제하고 가용경력의 30%까지 동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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