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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떡갈비맛 어때?…35조 ‘식물성 식품’에 K푸드 도전장



식품 업계가 ‘식물성 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고기 형태로 활용하는 ‘대체육’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이다. 여기엔 ‘K-푸드’의 인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CJ제당 “2025년 매출 2000억 목표”



CJ제일제당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까지 식물성 식품 사업을 매출 2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매출의 70%는 해외 시장에서 올리겠다며, 떡갈비·함박스테이크·불고기주먹밥·전주비빔주먹밥 등 신제품 4종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식물성 식품 브랜드인 ‘플랜테이블(PlanTable)’을 론칭하고 첫 상품으로 왕교자 만두를 출시한 바 있다. 아직은 매출 10억원 정도로 미미하지만 미국·일본·호주 등 20여 개국에 수출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18일 CJ제일제당에서 출시한 100% 식물성 성분으로 만든 떡갈비(앞줄 오른쪽)로 차린 상차림. 실제 고기와 비슷한 풍미와 식감을 지닌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었다. [사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이 18일 CJ인재원 기자간담회에서 선보인 불고기주먹밥과 전주비빔주먹밥. 이소아 기자

CJ제당 “2025년 매출 2000억 목표”

이 회사가 식물성 식품에 주목한 건 시장 잠재력이 커서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약 7조4000억원이었다. 이는 식물성 가공육과 밀키트 등 간편식만 집계한 것으로, CJ제일제당은 앞으로 10년 안에 35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대체육·대체우유 등을 포함한 세계 식물성 식품 시장이 2020년 약 39조원에서 2030년 약 215조원으로, 매년 평균 18.6%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연한 채식주의자’도 증가세

그동안 채식은 종교·윤리적 이유로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의 식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강(영양 추구·육식 줄이기) ▶친환경 식문화(가축 사육에 따른 물·토지 사용과 온실가스 감축) ▶동물 복지 등의 이유로 채식을 ‘곁들이는’ 인구가 늘고 있다.

정현학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팀 부장은 “기존 채식주의자에 고기를 먹지만 채식을 늘려보려는 ‘간헐적 채식’을 합치면 세계 인구의 38%가량이 채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구제역 발생 등으로 육류 수출 제한국가라는 점에서 대체육은 K-푸드를 세계에 더 확산시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18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열린 식물성 식품(Plant-based) 사업 기자간담회에서 식품전략기획팀 정현학 부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국내 대체육 시장은 시작 단계다. 유로모니터 조사만 봐도 2020년 시장 규모는 미국 2조4642억원, 영국 8214억원, 한국 94억원이다. CJ제일제당도 미국-유럽-일본-중동 순으로 우선 해외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맛이다. 은효정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상무는 “고기의 맛은 85%가 고기 원물에서 오는 맛인데 이 ‘85%’를 맛있는 식물성 재료로 대체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육즙과 식감에 주목해 ‘식물성 단백조직(TVP, Textured Vegetable Protein)’을 독자 개발했다.

은 상무는 “단백질 조직이 기존 TVP보다 촘촘해 열을 가해도 고기와 비슷한 식감이 유지되고 국·탕·찌개 등 펄펄 끓이는 한식에도 적합하다”며 “스테이크처럼 한 덩어리 고기로 나오게 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은 올해 4분기 이후 대체육을 사용한 수출용 냉동 K-푸드와 냉장·상온용 간편식을 내놓을 계획이다. 인천2공장에서 연 1000t 규모로 생산하는 TVP 라인도 확충한다.

CJ제일제당이 18일 CJ인재원 기자간담회에서 선보인 미트볼과 함박스테이크. 이날 식물성 고기제품을 시식해 본 사람들은 “씹었을 때 생각보다 육즙이 많이 나오고 부드럽다” “(대체육이란 사실을) 알고 먹으니 실제 고기와 살짝 다른 것도 같다” “감칠맛 같은 고기 특유의 풍미를 살려 먹을 만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소아 기자

레스토랑부터 햄·샌드위치까지

다른 식품·식자재·외식·유통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달 15일 국내 최초로 서울 압구정동에 식물성 대체육 임시매장 ‘더 베러(The Better)'를 열었다. 지난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출시한 지 1년 만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햄·미트볼·다짐육·소시지패티 등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도 올 초 채식 간편식 ‘베지라이프’를 출시하고 함박스테이크·비빔밥 등 6종을 선보였다. 풀무원은 식물성 단백질 전담 사업부를 만들고, 식물성 고단백질·저탄수화물·고기 등 3개 카테고리에서 20여 종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식자재기업 신세계푸드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에 연 '더 베러' 임시매장(팝업스토어). [사진 신세계푸드]

농심은 지난해 ‘베지가든’사업을 시작한 뒤 100% 식물성 음식만 제공하는 ‘포리스트 키친’을 열었다. 이미 동원F&B는 미국 대표 대체육 기업인 ‘비욘드미트’ 제품을, SPC삼립은 미국의 ‘잇 저스트’ 제품을 독점 수입·유통하고 있다.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도 김밥·주먹밥을 시작으로 채식주의 간편식 종류를 늘리는 추세다.

‘고기’ 단어 금지?…규정 정리 시급

업계에선 국내 대체육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표준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축산 업계는 고기도 아닌데 식물성 식품에 ‘육(肉)’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식물성 식품 브랜드에 해당 단어를 써도 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다. 만약 미국의 일부 주(州)처럼 대체육에 ‘고기(meat)’ ‘돼지고기(pork)’ ‘소고기(beef)’ 표현을 금지할 경우 이 이름으로 상표권을 낸 기업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10년 안에 1000억원 이상의 대체육 시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명확한 용어 정의와 지침, 신사업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식물성 식품=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 원료와 첨단 기술로 기존 육류·해산물·유제품 등과 비슷한 맛과 식감이 나도록 가공한 식품. 동물성 단백질을 대신하는 ‘대체 단백질’은 ▶동물세포 배양 ▶효모 발효 ▶식용 곤충 등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식물성 단백질’이 가장 대표적이어서 식물성 식품이 곧 대체식품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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